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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걷다
전북 김제의 모악산중에 위치한 산사에 도착하니 이미 산 구비구비 깊은 어둠이 깃들어 있었다. 일주문을 지나 캄캄한 길을 걸어 숙소를 향해 가고 있자니 피로가 밀려왔다. 여기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원래는 사람의 발길이 없는 곳을 찾고 싶어서 무주의 해발 1000미터 산중에 있는 절에 템플스테이 예약을 했다. 그런데 내가 무주 터미널에 내릴쯤 그 절의 담당자가 문자를 하나 보내 왔다. 시설이 수리 중이어서 손님을 받을 수 없다는 날벼락 같은 얘기였다. 올해의 마지막 3일을 조용한 사찰에서 정리하고 싶어 먼 길을 내려왔는데 다시 서울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연신 미안해하는 그에게 주변의 다른 절을 알아봐줄 수 없냐고 물었고, 결국 이런저런 우연 끝에 모악산의 금산사로 오게 된 것이다. 그날 저녁에 스..
작업실에 들어온 것이 올해 봄의 일이었다. 봄, 여름, 가을을 지나 이제 가장 추운 겨울에 와 있다. 네 계절 동안 작업실에 얽힌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고 그 동안 나는 새로운 친구라도 사귄 것처럼 '작업실'을 다루고 돌보는 노하우들을 얻었다. 볕이 가장 좋은 시간은 언제인지부터, 보일러 온도는 몇 도에 맞춰놓아야 있을 만한지, 잡벌레들의 출입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에어컨 청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같은 사소한 일들까지. 한 계절이 지날 때마다 책의 새로운 페이지를 넘기는 것처럼 해야할 일과 생각해야 할 것이 몇 가지씩 늘어났다. 그렇게 겨울이 오고 나서 몇 가지를 더 생각하게 됐다. 무엇보다 작업실은 춥다. 바깥을 향해 난 창과 거실 사이에 베란다가 있어서 방풍과 보온을 해주는 나의 집과 달리,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