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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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을 걷다 ] 여행기/국내편 <걸어서 700km>

<뒷 이야기> 파주의 찜질방에서

낮은 바다 2011. 9. 1. 10:59


<뒷 이야기>에서는 
본 여행기에서 다 담지 못한 작고 소소하지만 가치있는 이야기들~
여행 중에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전해드립니다. ^_^*



25일차, 8월 31일의 뒷 이야기 입니다.

서울에 도착한 게 어제였고,
연신내에서 하루 잔 다음에 신나게 걸었더니
어느새 파주까지 왔네요. ^^

연신내에서부터 은평 뉴타운이 아주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온통 새로지은 아파트 천지지요.

은평뉴타운의 힐스테이트

삐까뻔쩍한 고급 아파트들...
화려한 신도시를 보면서는
원래 이 자리에 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아마 예전의 그 헌집들이 헐리는 대가로 받은 푼돈으로는
이런 휘황찬란한 아파트에 다시 들어오지 못했겠지요.

이 얘기는 나중에 25일차 본 여행기에서
다른 지역의 뉴타운들을 둘러보고 든 생각들과 함께 다시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은평 뉴타운 위쪽으로도 개발 지역이 많습니다.
계속 공사장.. 공사장.. 이어지더군요.



흙먼지를 들이키면서 계속 북쪽으로 걷다보니
점점 군사분계선이 가까워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사 시설이나 군인들이 많아지더군요.
게다가 요즘은 무슨 훈련 기간인지
도로에 장갑차나 탱크가 지나다니기도 했지요.

일반 도로를 지나는 장갑차. 중간에 저 군인은 손을 흔드는 걸까, 찍지말라고 하는 손짓일까.


엄청난 굉음을 울리면서 달리더군요.
도로 가장자리를 걷는 저로서는 이런 궤도차 한 대가 지나가면
그 소음에 귀를 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질녘쯤 파주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가본 파주는 서울의 어느 동네 같은 느낌이었지요.
건물들도 달리 낡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식당 아주머니나 가게의 아저씨들도 거의 표준어를 쓰더군요.
서울 영등포까지 바로 가는 파란 버스도 있었구요.

파주시 초입의 풍경

파주에 도착해서는 파주시청 인근의 찜질방에 짐을 풀었습니다.

오늘 뒷 이야기에서 주제삼아 하려고 한 이야기는
제가 묵었던 이 찜질방에서 본 일로부터 시작됩니다.

파주 모 찜질방의 남탕. ㅋㅋ

사람이 아무도 없죠? ^^ 사진을 새벽 다섯시쯤 찍었거든요. ㅋㅋ
현장감을 전해드리기 위해 특별히 카메라 잡입해서 찍었죠. ^^;;


어제 저 구석에 보이는 냉탕에 들어가서 가만히 몸을 풀면서..
온탕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젊은 아저씨가
갑자기 사람들 지나다니는 통로쪽으로 침을 퉤! 뱉더군요.
그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입수...

짧은 장면이었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가 곧 뻔히 맨발로 밟고 지나갈 자리에 침을 뱉는 행동...
저 사람은 어쩌다 저렇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는 한치도 못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잠시후 저는 온탕으로 옮겨서
앞에서 몸을 담구고 있는 그 아저씨 생각에 계속 골몰해 있었습니다.
너는..왜..그런 사람이 된거니...뭐가 문제였니..;; 이런 고민을..ㅋㅋ

그러고 있는데..
옆에 열탕 쪽에서 열 살이 좀 넘은 정도의 아이가 온탕 쪽으로 건너오더군요.
조심조심... 물이 튀지 않게 조심하는 모습이었지요.

얘가 그렇게 차분한 애는 아니거든요.
사람이 없는 데서는 풍덩풍덩 뛰어들고 그러던 애에요.

저는 탕에서 조우하기 전 부터 이 아이에 대한 호감이 좀 있었어요. 
사실 이 아이에 대한 호감이라기 보다는 이 아이와 아버지에 대한 호감이었죠.
부자가 같이 왔더라구요.

아버지가 아이를 붙잡고 등을 밀어주고 있었는데
그 표정이 뭐랄까... 농사짓는 농부의 표정 같았달까요.
얼굴에서는 살아온 과정에서의 고단함이 묻어나지만..
어떤 묵직한 진심을 담고 있는 표정이었어요.
그러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부자의 모습이 좋아보였지요.


아이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이 아이는 어떻게 클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랄 수 있을까.
아니면 아무데나 침을 뱉는 저 아저씨 같은 사람으로 자랄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저는 후자 쪽에 조금 더 가능성을 둡니다.
이 아이가 발딛고 살아갈 사회가
그렇게 좋은 사람을 길러내는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누구나 그렇듯이
사람의 마음 안에는 인간적인 면동물적인 면이 공존하고 갈등하고 있는데..
자기가 발딛고 있는 곳이 어떤 쪽을 더 자극하고 키워주는 가에 따라
어떤 사람이 나타나는가가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인간적인 관계 보다는 동물적인 규칙에 지배되는 사회지요.

인간에 대한 적대...
내가 더 가지기 위해 남의 것을 빼앗아야 하는 구조.
내가 살아남기 위해 남이 밀려나야 하는 구조.
이 아이가 앞으로의 삶에서 매 순간 직면해야할 우리 세상의 모습입니다.
당장 중고등학교때부터 조금씩 시작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제가 이번 여행을 통해 더 절절하게 느낀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각자도생의 세상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처에 자신의 인간다움을 지키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사실입니다.
묵직한 어둠을 밝히는 하나의 점 같은 등불처럼 말이지요.

비결이 뭘까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여행의 마지막에 화두로 잡고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 여행기의 결론에서 보여드리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구요.


오늘 뒷 이야기는 열려있는 마무리 입니다.
가볍게 한마디씩 툭툭 던져보세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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