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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걷다
전북 김제의 모악산중에 위치한 산사에 도착하니 이미 산 구비구비 깊은 어둠이 깃들어 있었다. 일주문을 지나 캄캄한 길을 걸어 숙소를 향해 가고 있자니 피로가 밀려왔다. 여기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원래는 사람의 발길이 없는 곳을 찾고 싶어서 무주의 해발 1000미터 산중에 있는 절에 템플스테이 예약을 했다. 그런데 내가 무주 터미널에 내릴쯤 그 절의 담당자가 문자를 하나 보내 왔다. 시설이 수리 중이어서 손님을 받을 수 없다는 날벼락 같은 얘기였다. 올해의 마지막 3일을 조용한 사찰에서 정리하고 싶어 먼 길을 내려왔는데 다시 서울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연신 미안해하는 그에게 주변의 다른 절을 알아봐줄 수 없냐고 물었고, 결국 이런저런 우연 끝에 모악산의 금산사로 오게 된 것이다. 그날 저녁에 스..
정글같은 느낌의 마당... 안으로 들어가면 심지어 아마존이 있다. 추석에 누나 집에 내려가 마당 한켠에 자리를 펴고 뒹굴거렸다. 볕 좋고 바람 시원한 오후였다. 크고 작은 나무들이 많아서 모로 누워 한참 그 나무들을 바라봤다. 비슷비슷한 이파리들을 수백 개쯤 틔운 몸으로 여전히 하늘을 향해 맹렬히 뻗어가는 그 생명의 기세에 질릴 정도였다. 처음에는 조금 경이로운 생각이 들었다. 저이가 뿌리내린 작은 토양에서 약간의 양분 공급만으로 저렇게 거대한 생명체가 운영될 수 있다는 사실이. 하지만 나무 마디마디를 가만히 살펴보는 와중에 생각이 바뀌었다. 그것은 생명활동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일종의 ‘반복'이었다. DNA에 각인된 매뉴얼에 따라 특정한 온도와 수분이 주어지면 똑같은 생산을 반복하는 것이다. 개별 이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