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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걷다
1. 영화 의 한 장면이다. 케빈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들어찬 체육관의 입구를 몰래 자물쇠로 잠근다. 그리고 한쪽 귀퉁이로 올라가 활을 난사해 수십 명을 죽인다. 수많은 영화에 인상 깊은 장면이 많았지만 나는 뒤이어 나오는 이 장면을 잊지 못한다.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수많은 사람이 내지르는 비명의 한가운데서, 피비린내가 낭자한 현장을 뒤로하고 케빈은 유유히 걸어 나온다. 복수의 대상인 엄마를 제외한 모든 가족도 죽인 후였다. 어떤 인간이 그토록 강력한 파괴 열망을 갖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구나 케빈은 그 모든 일이 끝나고 엄마와 대면한 자리에서 왜 그랬냐는 질문에 제대로 입을 떼지 못한다. 대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자신이 왜 그랬는지 모르는 것이다. ▲ 사람들을 죽인 후 체육관에서 ..
정글같은 느낌의 마당... 안으로 들어가면 심지어 아마존이 있다. 추석에 누나 집에 내려가 마당 한켠에 자리를 펴고 뒹굴거렸다. 볕 좋고 바람 시원한 오후였다. 크고 작은 나무들이 많아서 모로 누워 한참 그 나무들을 바라봤다. 비슷비슷한 이파리들을 수백 개쯤 틔운 몸으로 여전히 하늘을 향해 맹렬히 뻗어가는 그 생명의 기세에 질릴 정도였다. 처음에는 조금 경이로운 생각이 들었다. 저이가 뿌리내린 작은 토양에서 약간의 양분 공급만으로 저렇게 거대한 생명체가 운영될 수 있다는 사실이. 하지만 나무 마디마디를 가만히 살펴보는 와중에 생각이 바뀌었다. 그것은 생명활동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일종의 ‘반복'이었다. DNA에 각인된 매뉴얼에 따라 특정한 온도와 수분이 주어지면 똑같은 생산을 반복하는 것이다. 개별 이파리..